[책]아무튼, 식물
7. 사실 며칠 전 나는 내가 십대 시절부터 집착해 온 대상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두고...
19. 테라스에 식물들을 내놓고 키우면서부터 나는 비를 좋아하게 되었다.
31. 적당이라는 건 언제나 어렵다. 식물들은 흙 속에 숨은 적당선을 찾기란 쉽지 않다. 모든 식물에게 적당함이 다 다르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적당은 더 어려워진다.
36. 이윽고 나는 식물도 통증을 느끼는지, 식물에게 번식과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룬 연구 결과들을 찾아보며 식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을 시작했다.
75. 나쁜 상상들의 작은 조각은 쉽게 생긴다. 그것들은 내가 숨만 쉬어도 생겨나고 금세 모여서 자란다. 세상에서 가장 키우기 쉬운 것은 불안이다.
104. 인류란 뭘까? 모든 것을 해치고, 망가트리고, 과도하게 취하는 존재들일 뿐인데 어째서 인류가 지구의 주인인 양 모든 것을 닷리게 된 걸까? 나라도 최선을 다해 무해한 사람으로 살자고 생각한다.
142. 내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져버릴 연약한 식물들. 삶 속에 어떤 존재든 사람을 계속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계속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들에 기댄다. 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다. 나는 나로서 더 강해지고 단단해진다.
식물에 대한 나의 첫 관심사는 다육이였다.
아무래도 선인장과의 식물이기에 큰 관심이 없어도 잘 키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꽤 여러종류의 다육이를 키웠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맥주, 콜라고 직접 캔을 만들어가면서... 생생히 잘 자라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관심이 흩어지면 말라 죽고 말았다.
그 다음은 엄마가 이사하면서 놓고 간 큰 화분의 식물들..(사실 이름도 모른다)
가끔 새싹을 이는 놈들을 보며 나름 이뻐했다. 그런데 물이 과했나보다. 뿌리가 썪어가는게 느껴져 물주기를 시중히 해야만 했다. 아직 살아는 있지만 엄마가 키울때만 못하다. 잎에서 광이 나던 아이들은 지금 뿌연 먼지가 소복하다. 가끔 먼지는 털어주겠는데 잎 하나하나 닦아 주는건 정말 하기 어려운 일 같다. 게다가 이사하면서 이리 꺽이고 저리꺽이고 잎에 엄청난 상처가 나서 볼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의 집으로 이사한 후에 큰 화분의 식물은 이사하며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행잉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밀리언하트, 라이스, 틸란드시아 일주일에 한번씩 물 듬뿍 주기를 게을리 했더니 밀리언하트가 시들해졌다. (몇 주 전 밀리언하트에서 연한 연두색 잎이 있길래 새싹 나는 줄 알고 입꼬리를 씩 올렸었는데, 그 반대였다 ㅠ)
아무튼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을 보니, 시들해진 밀리언하트가 생각나 집어들게 된 거 같다. 집착의 대상에 대한 관심, 관심을 넘어 식물의 권리까지 건너가보기도 하고 그 대상을 통해 나를 발견해 보기도 하는 건강한 집착!!
나도 돌이켜 보면 아주 얕게 집착한 것들이 몇가지 있는게 깊이는 더해간건 없는 것 같다. 여기저기 헤매지 말고 지금 관심하게 더 집착해 보는걸로